
크리스토퍼 놀란이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를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지난해부터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영국 영화 잡지 엠파이어가 최근 첫 스틸 이미지를 독점 공개하면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매트 데이먼이 오디세우스로 등장한 사진을 보는 순간, 솔직히 이건 단순한 고전 각색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놀란이라는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생각하면, 이 작품은 분명 우리가 알던 '영웅의 귀환' 서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낼 가능성이 큽니다.
IMAX로 담아낸 바다, 그린스크린은 없다
놀란의 촬영 방식은 이미 여러 차례 화제가 됐습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촬영장 현장 사진들을 보면, 실제로 바다에 나가 배를 띄우고 찍었다는 게 한눈에 보입니다. 요즘 대부분의 블록버스터가 그린스크린 앞에서 촬영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배우들이 파도와 바람을 맞으며 연기한다는 건, 결과물에서 체감되는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전작 '덩케르크'에서도 그랬습니다. 실제 바다에서 촬영한 장면들은 스크린을 통해서도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됐습니다. 저도 IMAX로 그 영화를 봤을 때,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 공간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디세이'는 전편을 IMAX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합니다. 파도, 폭풍, 거대한 괴물들이 등장하는 서사를 놀란이 어떤 방식으로 시각화할지 궁금합니다. 물론 히드라나 키클롭스 같은 신화 속 존재들은 CG 없이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놀란은 최소한의 디지털 효과만 사용하고, 최대한 물리적 효과에 의존하는 감독입니다. '인터스텔라'에서 우주선 세트를 실제로 회전시켰고, '테넷'에서는 진짜 비행기를 폭파시켰습니다. 이번에도 그의 방식대로라면, 괴물의 존재감을 실물 세트나 실제 환경과 결합해 표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0년 표류를 어떻게 서사화할 것인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기원전 700년경에 쓰인, 서양 문학의 양대 서사시 중 하나입니다. 트로이 전쟁 이후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려는 오디세우스의 10년 여정을 다룹니다. 연꽃을 먹는 자들, 키클롭스, 세이렌, 포세이돈의 저주 등 수많은 사건이 등장합니다. 이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한 편의 영화로 압축할지, 혹은 두 편으로 나눌지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놀란이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눌 것이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촬영장 사진에는 트로이 목마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는 '일리아스'의 내용입니다. 즉, 이 영화가 트로이 전쟁부터 시작해 귀환까지 다룰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공식 확인은 아직 없습니다. 기존의 '오디세이' 영상물들은 대부분 연대기 순서로 사건을 나열했습니다. 1954년 커크 더글러스 주연작이나 1997년 TV 미니시리즈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저는 놀란이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면, 시간 구조를 비선형적으로 재배치하는 게 그의 시그니처입니다. '메멘토'는 시간을 역순으로 배치했고, '덩케르크'는 세 개의 시간 축을 교차 편집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과거와 현재, 주관적 시점과 객관적 시점을 퍼즐처럼 조합했습니다. 오디세우스의 10년 표류를 단순히 '1년 차, 2년 차...' 식으로 보여주는 대신, 트라우마와 기억, 죄책감이 뒤섞인 심리적 시간으로 재구성할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덩케르크'를 보면서 테렌스 말릭의 '씬 레드 라인'을 떠올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놀란은 귀환이라는 물리적 여정을 내면의 여정으로 치환할지도 모릅니다. 신들의 저주라는 초자연적 요소를 직접 보여주기보다는, 인물의 인식과 기억 속에서 모호하게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판타지 재해석에 대한 기대와 우려
'오디세이'는 놀란에게도 새로운 도전입니다. 그는 주로 현실 기반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전쟁, 우주, 꿈, 핵무기 개발 등 소재는 달랐지만, 모두 물리 법칙과 현실 논리 안에서 움직였습니다. 판타지는 그와 다릅니다. 신화적 상상력, 초자연적 존재, 신들의 개입이 전제된 세계입니다. 저는 이 점이 오히려 흥미롭습니다. 놀란이 판타지라는 장르를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합니다. 그가 키클롭스를 어떻게 연출할까요? 포세이돈의 저주를 실제 신의 형상으로 보여줄까요, 아니면 '인셉션'처럼 내면 세계의 투사로 처리할까요? 제 예상으로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신들의 존재를 모호하게, 혹은 인물의 인식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판타지 장르 자체가 최근 몇 년간 침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이후 제대로 된 판타지 대작이 드뭅니다. 놀란의 '오디세이'가 이 장르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만약 이 영화가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서 성공한다면, 스튜디오들이 판타지에 다시 투자할 명분이 생깁니다. 배우진도 화려합니다. 매트 데이먼,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루피타 뇽오, 로버트 패틴슨, 샤를리즈 테론, 존 번탈 등이 출연합니다. 음악은 루드비히 괴란손이 맡았습니다. 그는 놀란의 최근 작품들('테넷', '오펜하이머')에서 긴밀하게 협업한 작곡가입니다. 한스 짐머와는 다른 결의 음악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부에서는 놀란의 최근 작품들('테넷', '오펜하이머')에 대해 호불호가 갈렸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다릅니다.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가 제가 좋아하는 영역이고, 놀란이 이 장르에서 어떤 결과물을 낼지 호기심이 앞섭니다. 트레일러가 곧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때 더 명확한 방향성이 드러날 것입니다. 놀란의 '오디세이'는 2026년 개봉 예정입니다. IMAX로 촬영된 바다, 신화 속 괴물들, 그리고 시간과 기억을 재구성하는 놀란식 서사가 어떻게 결합될지 기대됩니다.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귀환이라는 개념 자체를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판타지 장르에 대한 관객의 인식을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