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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크로닌의 미이라 (기대, 캐릭터, 고어)

by honeyball 2026. 4. 25.

리 크로닌의 미이라 영화 포스터

'미라' 영화가 실제로는 귀신 들린 딸을 집에 숨겨두는 이야기라면, 그게 과연 미라 영화라고 불릴 수 있을까요. 제가 이 영화를 보러 가면서 가장 크게 틀린 게 바로 그 예상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고대 유적, 저주받은 탐험대 같은 걸 머릿속에 그렸는데, 실제로 스크린에 펼쳐진 건 집 한 채 안에서 무너지는 가족의 이야기였습니다.

 

리 크로닌의 미이라 관 등장 장면

기대 오차: 리 크로닌의 미이라 제목의 함정

리 크로닌은 이미 이블 데드 라이즈로 자기 이름을 공포 장르에 확실히 새긴 감독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작품을 접근했다면 아마 당황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품 제목이 '더 미라'고, 마케팅이 이집트 배경을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저처럼 잘못된 기대를 가지고 들어간 분들이 꽤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출처:연합뉴스). 영화의 실제 배경은 초반 이집트 설정을 거쳐 빠르게 뉴멕시코 가정집으로 이동합니다. 8년 만에 관 속에서 발견된 딸 Katie가 집에 돌아오는 순간부터 톤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솔직히 그 공항 도착 장면에서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현관문을 들어서는 그 장면이, 오히려 어떤 노골적인 공포 장면보다 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출처:SR타임스). "미이라 영화를 기대하면 실망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반대로 이 작품이 처음부터 이블 데드 라이즈 계열의 홈 호러로 소개됐다면 평가가 달랐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집트 신화적 요소는 배경 설정을 깔아주는 정도에 그치고, 영화의 실질적인 공포는 철저히 집 안에서 작동합니다. 그게 나쁜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제목과 실제 내용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영화 자체의 인상이 흐려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캐릭터 설득력: 부모가 장치가 되는 순간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은 공포 장면이 아니라 부모의 행동 방식이었습니다. Katie가 집에 돌아온 이후 다리 피부가 벗겨지고, 밤마다 집 안을 기어 다니는데도 부모는 병원 대신 집에서 지켜보는 선택을 반복합니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이 장면마다 반복되는데, 처음에는 공감이 됩니다. 8년을 찾았던 딸이 돌아왔으니 현실을 부정하고 싶다는 심리, 이해 못 할 바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게 너무 오래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부정 → 사건 → 또 부정의 패턴이 반복되면서, 인물이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보다는 공포 장면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 경험상 공포영화에서 관객이 답답함을 느끼는 건 어느 정도 계산된 감정인데, 그 선이 지나치면 몰입이 끊깁니다. 이 영화는 그 선을 여러 번 넘었다고 봅니다. 반대로 아이들의 반응은 훨씬 설득력 있게 그려졌습니다. 공포를 직감하고, 말보다 먼저 몸이 반응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할머니 캐릭터도 비교적 이른 시점에 뭔가 잘못됐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그런 인물이 가장 크게 고통받는 역할로 소비된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이집트 경찰 Zaki가 갑자기 등장해서 설정을 설명해 주는 장면도 흐름을 끊는다고 느꼈는데, 같은 내용을 영상이나 문서 한 장으로 처리했다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고어 연출: 웃어야 할지 소리 질러야 할지

이 영화가 확실하게 잘하는 것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만드는 능력입니다. 안구가 빠져나가거나, 이빨이 이식되거나, 몸이 앞유리를 뚫고 날아든 다음 늑대에게 물리는 장면들은 고어 연출만 놓고 보면 꽤 인상적입니다. 저도 그 장면들에서는 의도치 않게 큰 소리를 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대에 웃음도 나왔습니다. 계단에서 휠체어를 끌고 올라가려다 결국 그냥 안아서 올라가는 장면은 긴장감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게 의도된 블랙코미디인지, 그냥 연출이 어긋난 건지 끝까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리 크로닌이 유머 감각이 있는 감독이라는 건 이블 데드 라이즈에서도 보였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경계가 좀 더 흐릿하게 느껴졌습니다. 공포와 코미디 사이를 오가는 연출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저도 장면 단위로는 그 에너지가 싫지 않았습니다. 다만 133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그 불안정함이 이어지다 보니, 영화를 보고 나서 "잘 만든 작품을 봤다"는 느낌보다는 "강한 장면 몇 개를 봤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후반부 집 안 구조를 적극 활용하는 추격 장면이나 벽 속 통로 설정은 꽤 인상적으로 남았는데, 그런 순간들이 좀 더 일찍, 더 촘촘하게 배치됐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정리하자면, 리 크로닌의 더 미이라는 장면 단위로는 분명히 볼 맛이 있는 영화입니다. 고어 연출과 사운드 디자인만큼은 극장에서 체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대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갈릴 작품입니다(출처:스타투데이). 이블 데드 라이즈 같은 날 선 가족 공포를 기대하고 가면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즐길 수 있고, 정통 미라 서사를 원한다면 실망이 클 수 있습니다. 극장 개봉 시 고어에 거부감이 없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이라고 봅니다.


참고: https://variety.com/2026/film/reviews/lee-cronins-the-mummy-review-1236723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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