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어 영화가 재미없을 거라는 건 사실 편견 아닐까요? 저는 그 편견을 가진 채로 Thrash를 틀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가볍게 볼 게 없나 뒤적이다가 레딧에서 "생각 없이 보기 딱 좋다"는 반응이 여럿 눈에 띄어서였는데, 그 한 줄 때문에 결국 90분을 앉아서 다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어 영화라서 재미없는 게 아니라 상어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재미가 있다는 걸 이번에 다시 느꼈습니다.
스래시 상어의 습격 줄거리의 완성도
처음 Thrash를 클릭한 건 솔직히 그냥 썸네일이 눈에 들어와서였습니다.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배경에 상어 지느러미가 보이는 구도인데, 뭔가 이거 Crawl 느낌 나겠다 싶었거든요. 실제로 직접 봐보니 그 느낌이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플로리다 주민이 허리케인에 갇혀 악어와 사투를 벌이는 Crawl처럼, 이번엔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마을에 허리케인 Henry가 상륙하면서 제방이 무너지고 마을 전체가 침수됩니다. 그 물속에 bull shark 무리와 배고픈 임신한 great white가 들어오는 설정이죠. 소니가 원래 극장 개봉 계획이었다가 넷플릭스에 넘긴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스트리밍 공개가 오히려 이 영화한테 잘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극장에서 큰돈 내고 보기엔 좀 애매하지만, 소파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기엔 나쁘지 않은 그 지점이 있거든요. 영화 시작하면 허리케인 상륙까지 남은 시간이 화면에 계속 표시됩니다. 이 장치 하나가 생각보다 긴장감을 꽤 잘 유지시켜 줍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도 초반 30분은 속도감이 있어서 별로 지루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주인공 Lisa는 뉴욕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사 왔다가 약혼자한테 차이고, 혼자 만삭 상태로 대피 타이밍을 놓친 인물이에요. 아고라포비아가 있는 18세 Dakota는 삼촌 Dale이 배를 타고 구하러 올 때까지 집 안에만 있으려 하고요. 여기에 방치 수준의 위탁 부모 밑에서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십대 Ron까지, 각자 다른 위치에서 동시에 위기에 처하는 구조입니다. 이 세 갈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면서 장면 전환이 계속 일어나는데, 그게 오히려 집중을 유지하게 만드는 효과를 냈습니다(출처:위키트리).
소비형 스릴러의 전형
중반부터는 패턴이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경험상 이런 장르 영화를 꽤 봐왔는데, Thrash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위기가 한 번 발생하고, 간신히 탈출하고, 잠깐 숨 고르고, 또 위기가 오는 사이클이 반복됩니다. 상어가 등장하는 방식도 처음 두세 번은 "어, 어디서 나와?" 하는 느낌이 있는데, 그 다음부터는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튀어나온다는 걸 이미 알게 되니까 놀람이 줄어들더라고요.
캐릭터 깊이가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Djimon Hounsou가 연기하는 해양생물학자 Dale은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뜬금없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꺼냅니다. 모잠비크에서 하마에게 공격받을 뻔했는데 bull shark 두 마리가 하마를 쫓아줘서 살았다는 내용인데, 그 대사를 진지하게 치는 장면에서 저는 피식하고 말았습니다. 배우가 최대한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오히려 더 웃겼습니다. Lisa가 홍수 물속에서 출산하고, 아이를 품에 안은 직후 "엄마가 상어 좀 잡고 올게"라고 말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가 어느 정도 자기 자신을 가볍게 보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 유머가 매번 딱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꽤 자주 보이는 스타일입니다. 깊이보다는 속도, 감정보다는 자극을 우선시하는 방식이요. 이 영화가 딱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어느 한 쪽이 좀 뻔해지려고 할 때 다른 쪽으로 넘어가는 식이라서, 저 같은 경우는 중간에 폰 들여다볼 틈 없이 끝까지 다 봤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건 영화가 잘 만들어진 덕분이라기보다는, 쉴 새 없이 사건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시선을 묶어두는 전략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호불호가 있는 장르적 특성
Thrash를 잘 만들어진 영화냐는 기준으로 보면 애매합니다. 하지만 "상어 영화로서 즐길 만하냐"는 기준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허리케인 장면은 실제 기상 영상과 세트 촬영, CG를 잘 섞어서 생각보다 현실감이 있었고, 전체 러닝타임이 90분도 안 되다 보니 지루해질 새가 없습니다. Phoebe Dynevor가 연기한 Lisa는 임신 막달에도 할 건 다 하는 인물로, 그 설정 자체가 황당하면서도 영화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Whitney Peak의 Dakota도 트라우마 있는 아고라포비아 캐릭터를 나름 납득 가능하게 소화했습니다. 상어 장르 기준으로 보면 Alicia Silverstone의 The Requin이나 Josh Lucas의 The Black Demon 같은 작품들보다는 확실히 낫습니다. Crawl처럼 완성도 높은 재난 스릴러와는 비교가 어렵지만, 적어도 그 방향을 보고 만들었다는 건 느껴집니다. 재난과 상어를 결합한 설정이 기후 변화 메시지까지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보이는데, 사실 그 메시지가 깊게 다뤄지진 않습니다. 어쩌면 그게 이 영화의 솔직한 정체성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Thrash가 모두에게 맞는 영화는 아닙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긴장하거나 감동받기보다는 그냥 상황을 따라가는 식으로 끝까지 봤습니다(출처:People). 그게 이 영화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날에는 그게 딱 필요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피곤한 날 밤, 생각 끄고 싶을 때 틀어놓기엔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단, 뭔가 의미 있는 작품을 보고 싶은 날에는 다른 걸 고르는 게 맞습니다. 그 구분만 있으면 Thrash는 충분히 제값은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