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열두바다 (에드워드 리, 브로맨스, 해산물)

by honeyball 2026. 4. 19.

열두바다 공식 포스터

솔직히 처음에 류수영과 에드워드 리가 함께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저는 "이거 또 비슷한 포맷 아닌가" 싶었습니다. 요리 예능이 넘쳐나는 시대에 셰프 두 명이 맛집 찾아다니는 구성이려니 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서 생각이 꽤 바뀌었습니다. Ed & Ryu: Mad About Seafood는 단순한 미식 여행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생기는 결이 담긴 프로그램입니다.

열두바다가 남긴 인상, 에드워드 리라는 인물

열두바다를 처음 볼 때만 해도 저는 에드워드 리에 대해 거의 몰랐습니다. 그냥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셰프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Culinary Class Wars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몇 화 보다 보니까 이 사람이 단순히 실력 있는 셰프가 아니라 서사가 있는 인물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미국 남부 요리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사람이 한국이라는 뿌리를 다시 탐색해 가는 과정이 화면 너머로 은근히 전해지더라고요.

제가 열두바다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건, 참가자들이 단순히 경쟁만 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커리어와 배경이 뚜렷하게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가 자연스럽게 읽혔습니다. 에드워드 리도 그런 케이스였는데, 해외에서 쌓아 올린 커리어와 아시아계 정체성 사이에서 뭔가를 찾아가는 느낌이 있어서 시선이 자꾸 갔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그의 이후 행보가 궁금해졌고, 결국 Ed & Ryu: Mad About Seafood 얘기를 찾아보게 됐습니다. 처음 보는 프로그램인데 이미 그 인물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경험, 이게 좋은 예능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브로맨스라 부르기엔 뭔가 더 있는 것

두 사람이 함께하는 모습에서 제가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케미가 아니라 편안함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 스스로도 "케미"라는 단어를 싫어한다고 했습니다.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녀 사이에 쓰는 말이라며 "우리는 그냥 중년 아저씨들"이라고 선을 그었는데, 그 선 긋는 방식 자체가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출처:Deadline).

류수영이 에드워드 리에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라고 잔소리하는 장면이나, 에드워드 리가 류수영의 "역사적 사실"을 찾아보다가 틀렸다는 걸 발견하고 웃음 터뜨리는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 대본 없이는 나오기 어려운 장면들입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끼리만 나눌 수 있는 질감의 농담이랄까요. 일 년을 함께 한국 곳곳을 돌아다닌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온기가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관계는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충남 태안 갯벌에서 함께 조개를 캐면서,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면서, 그 상황을 같이 버텨낸 사람끼리 쌓이는 것이 있거든요. 에드워드 리가 태안 갯벌 경험을 "바다 한가운데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광경 속에 농부들만 가득했다"라고 묘사한 걸 읽으면서, 저도 잠깐 그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봤습니다. 그리고 류수영이 "진흙이 피부에 좋다"라고 덧붙인 것까지 세트로. 이런 사소한 교환들이 두 사람 사이를 채우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열두바다 류수영 에드워드 리 브로맨스 사진

한국 해산물의 가능성, 그리고 접근성이라는 벽

프로그램의 구성 자체도 꽤 촘촘합니다. 겨울은 부산, 봄은 서해안, 여름은 광주와 제주, 가을은 서울로 이어지는 여정은 단순한 미식 투어가 아니라 계절마다 달라지는 한국 해산물의 결을 따라가는 구조입니다. 고추장 글레이즈를 입힌 문어에 서던 버터빈 수카타시를 곁들이거나, 김치에 절인 고등어에 켄터키 버번을 더하는 시도들은 에드워드 리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조합입니다. 미국 남부 요리의 문법으로 한국 재료를 해석한 것인데, 이게 단순한 퓨전과 다른 건 그 뒤에 오랜 맥락이 있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 리가 직접 말했듯, 한국 음식이 해외에서는 한국 바비큐로 대표되지만 실제 한국인들의 식탁에서 해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크다는 사실, 저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미역 하나도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생일 아침에 먹는, 삶의 어느 지점과 연결된 음식이라는 류수영의 말은 한국 음식을 음식으로만 보지 않게 만드는 시선이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이 하나 있습니다. BBC Earth를 통해 방영되고 있어서 국내외 접근성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출처:Lifestyle Asia). 열두바다를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는 충분한데 플랫폼의 한계 때문에 닿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게 분명히 아깝습니다. 넷플릭스처럼 글로벌 접근이 쉬운 플랫폼에 올라갔다면 반응이 전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결국 Ed & Ryu: Mad About Seafood가 가진 가능성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도, 요리의 실험성에서도 충분히 보입니다. 한국 해산물 문화를 이렇게 감각적으로 풀어낸 프로그램이 얼마나 있었는지 돌아보면, 이 프로그램이 가진 자리가 꽤 명확합니다. 아직 접하지 못하셨다면 BBC Player나 현재 방영 중인 채널을 통해 한 번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처음 한 회만 보면, 두 번째 회는 알아서 찾게 됩니다.


참고: https://cnalifestyle.channelnewsasia.com/entertainment/ed-and-ryu-mad-about-seafood-bbc-579086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