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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램 리뷰 (아이슬란드, 분위기, 결말)

by honeyball 2026. 4. 24.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스스로 기대치를 꽤 높게 올려놨습니다. A24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 아이슬란드 배경, 그리고 양을 키우는 부부 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 유튜브에서 제목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부터 자세한 내용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고 찜해뒀던 작품이었거든요. 그 기대가 어떻게 됐냐고요?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영화 LAMB 포스터 사진

아이슬란드의 고요함 속으로, 그 배경이 주는 것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감탄한 건 배경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 시골 농장,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 위로 눌린 듯한 회색빛 하늘. 화면이 바뀔 때마다 마치 그 공간 안에 함께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본 것 중에 이 정도로 공간감이 살아있는 영화가 많지 않았는데, 영상 하나만큼은 정말 잘 만들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아다'라는 존재를 CG로 표현한 부분이 예상보다 자연스러워서 놀랐습니다. 어색하게 튀지 않고, 농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꽤 설득력 있게 녹아들었거든요. 이 CG 처리가 엉성했다면 영화 전체의 몰입감이 무너졌을 텐데, 그 부분은 분명히 잘 해결한 것 같습니다. 영화는 3개의 챕터로 나뉘어 전개되는데, 첫 번째 챕터는 이 배경과 인물들을 천천히 쌓아올리는 데 집중합니다. 말이 거의 없고 대신 행동과 시선, 그리고 정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죠(출처:경향신문). 처음에는 이 흐름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혹시 보다가 "이게 뭔가?" 싶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게 나쁜 의미만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첫 챕터까지는요.

 

영화 LAMB 장면 이미지

분위기는 충분한데, 이야기가 받쳐주는가

문제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리아와 잉바르가 아다를 집 안으로 데려오는 과정부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이 존재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그 자연스러움이 어색하게 느껴졌달까요. 최소한 내적 갈등이나 망설임의 흔적이라도 있었다면 조금 더 따라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맥락이 거의 없이 진행되다 보니 계속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페투르라는 인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히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을 텐데,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워낙 적다 보니 그냥 추측만 하다가 지나가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 여백이 과한 경우에는 두 가지 반응이 나옵니다. 그 여백을 스스로 채우면서 오히려 더 몰입하게 되거나, 아니면 이야기 자체에서 이탈해버리거나. 저는 안타깝게도 후자 쪽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주제들, 그러니까 상실, 욕망,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 같은 것들은 어느 정도 느껴집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집착하는 심리를 이 기묘한 설정으로 풀어낸 방식이라는 해석도 납득이 갑니다. 그런데 그 주제들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느낌이라, "깊다"는 인상보다는 "의미를 만들기 어렵다"는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출처:SR타임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이 불균형이 더 두드러집니다. 아다의 존재가 가져오는 긴장이나 불안이 점점 커져야 하는데, 정작 인물들의 반응은 처음과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건은 분명히 비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감정의 진폭이 그에 맞게 확장되지 않다 보니 클라이맥스에서도 충격이 제한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설명을 덜어내고 여백을 남긴다는 건 이해하지만, 최소한 인물의 선택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연결고리는 필요했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분위기와 설정은 분명히 인상적인데, 그걸 끝까지 끌고 갈 이야기의 힘이 조금 부족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결말 이후,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후반부로 갈수록 뭔가 큰 것을 던질 것 같은 분위기가 쌓입니다. 세 번째 챕터는 실제로 꽤 충격적인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그 장면 자체가 예상 밖인 건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낀 건 충격보다는 허탈함이었습니다. 보는 내내 쌓인 질문들이 그 결말 하나로 해소되기보다는, 그냥 마침표 없이 끝나버린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이게 무슨 의미지?"라는 생각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남아있었습니다(출처:Korea Lecturer News). 그렇다면 이 영화는 실패한 작품일까요? 저는 그렇게 단정 짓기가 어렵습니다. 분명히 이 영화만이 가진 이미지들이 있고, 쉽게 잊히지 않는 장면들도 있습니다. A24라는 스튜디오 자체가 어느 정도 이런 실험적인 작품들을 밀어붙이는 걸로 알려져 있고, 그 맥락 안에서 Noomi Rapace의 연기는 확실히 눈에 들어옵니다. 말 없이도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고, 어떤 장면에서는 그 표정 하나가 대사 몇 줄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이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상징과 분위기, 그리고 여백을 즐길 수 있는 관객에게는 꽤 깊게 남는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의 납득 가능한 선택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께는, 솔직히 꽤 불친절한 영화입니다. 저처럼 기대를 안고 봤다가 답답함이 더 크게 남았다면, 그 감정 자체가 이 영화에 대한 하나의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라면, 그래도 한 번쯤은 "이 영화가 뭘 말하려 했을까"를 다시 생각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명확한 답은 없겠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이 영화를 온전히 경험하는 방식일지도 모르니까요.


참고: https://mamasgeeky.com/2021/10/lamb-movie-r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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