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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Y (캐스팅, 서사, 장르적 균형)

by honeyball 2026. 4. 20.

영화 프로젝트 Y 공식 포스터

영화관에서 예고편만 보고 "이건 꼭 봐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프로젝트 Y가 그랬습니다. 한소희와 전종서라는 조합, 강남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범죄 서사, 거기에 박화영과 어른들은 몰라요를 만든 이환 감독이라는 이름까지. 설정만 놓고 보면 올해 가장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보고 나서는 복잡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잘 만든 장면과 아쉬운 장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영화였습니다.

프로젝트 Y 캐스팅이 가진 힘과 그 한계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분명 강합니다. 한소희는 꽃집을 운영하며 새 출발을 꿈꾸지만 여전히 호스티스 일을 병행하는 인물을, 전종서는 그 주변을 맴도는 드라이버 역을 맡았습니다. 둘 다 사회 바깥으로 밀려난 인물들이고, 제가 초반에 가장 몰입했던 건 이 두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얽혀 있는지 추적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관계가 충분히 정의되지 않은 채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상영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고 생각하며 봤습니다. 나중에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입양된 자매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그 반전이 드라마틱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왜 이걸 이렇게 늦게 알려주지?"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관계를 모호하게 유지하는 것이 긴장감을 만드는 방식도 있지만, 여기서는 그 모호함이 오히려 인물에 대한 투자를 방해했습니다. 두 배우 모두 서른 초반이고, 그 나이대 특유의 무게감과 안정감을 연기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그런데 인물이 쓰인 방식이나 처한 상황은 조금 더 어린 감각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환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서 발견되던 청춘 특유의 날 것 같은 질감이 여기서도 남아 있는데, 이 경험 많은 두 배우가 그 질감과 살짝 어긋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캐스팅이 영화의 가장 큰 자산이면서 동시에 특정 장면에서는 의도와 맞지 않는 지점을 만들어내는 이중적인 역할을 했습니다(출처:헤럴드경제).

서사가 긴장감을 놓친 순간들

이환 감독의 전작들을 본 분이라면 그가 인물의 결을 쌓아가는 방식에 익숙할 겁니다. 박화영과 어른들은 몰라요 모두 사건보다 인물에 집중하는 영화들이었고, 그 방식이 효과적으로 작동했습니다. 그런데 범죄 스릴러는 그 구조 위에 서사적 긴장이 함께 올라와야 합니다. 700만 원도 아니고 7억 원 짜리 현금 다발을 훔치겠다는 계획이라면, 관객도 그 무게를 체감해야 합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걸렸던 건 그 절박함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농구 승부 조작에 돈을 걸었다가 한 방에 날린다는 설정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그 이후 두 인물이 "훔치자"라고 결심하기까지의 내면적 과정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저는 그 장면들을 보면서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자꾸 머릿속에 남았고, 그 질문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이후 전개를 온전히 따라가기가 어려웠습니다. 반면 액션과 폭력이 개입되는 장면들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특히 타르 웅덩이에 갇히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긴장된 순간이었는데, 저도 모르게 자세가 앞으로 쏠렸습니다(출처:일간스포츠). 허우적거릴수록 더 빠르게 가라앉는 그 설정 자체가 주는 공포감은 장르의 문법을 잘 비틀어 활용한 예였습니다. 이런 장면이 더 있었다면, 혹은 이런 장면들로 이어지는 과정이 더 촘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정영주가 연기한 집행자 캐릭터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삭발에 검은 가죽 트렌치코트, 그리고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태도. 그 인물이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느껴졌고, 저는 솔직히 그 인물이 주연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한국 범죄 영화에서 이런 역할이 대체로 남성에게 주어진다는 걸 생각하면, 그 역할을 여성 배우가 맡아 설득력 있게 소화했다는 점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선택이었습니다.

 

영화 프로젝트 Y 주인공들 사진 이미지

장르적 균형을 찾으려 했던 시도의 의미

이 영화가 시도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 보입니다. 상업적인 장르 문법 안에 이환 감독 특유의 사실주의적 감각을 녹여내려 했고, 그 과정에서 여성 중심의 범죄 서사라는 구도를 선택했습니다. 1990년대 홍콩 느와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 감독의 말이 맞는다면, 어두운 조명과 위스키가 가득한 노래방 장면들은 그 방향으로 분위기를 만들려는 의도로 읽혔습니다. 그런데 두 방향이 끝까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독립영화 감수성은 인물의 결을 세밀하게 다듬을 때 빛을 발하는데, 범죄 장르는 동시에 서사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 힘을 요구합니다. 이 둘을 동시에 잡으려면 시나리오 단계에서 인물의 내면과 사건의 인과관계를 훨씬 촘촘하게 짜야했을 겁니다. 영화가 끝난 뒤 저는 아이디어의 가능성과 실제 완성도 사이의 거리를 생각했습니다. 엔딩 부분의 농구 경기 장면도 그 거리를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 초반에 한 번 등장했던 농구 내기가 갑자기 클라이맥스의 중심으로 돌아오는데, 그전까지 이야기 안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요소라 감정적으로 따라가기가 어려웠습니다. 전종서가 선수 한 명에게 응원을 건네는 장면도 있었는데, 저는 그 인물이 누군지, 왜 그 관계가 지금 이 순간에 중요한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장면을 지나쳤습니다. 프로젝트 Y는 보고 나서도 생각이 남는 영화입니다. 완성도가 아닌 방향 때문에 그렇습니다. 여성 중심 범죄 서사, 상업과 독립 사이 어딘가의 톤, 그리고 이 조합을 시도한 감독의 이전 필모그래피까지. 아이디어와 캐스팅이 가진 잠재력이 이야기 구조의 약함으로 완전히 실현되지 못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아쉽고, 동시에 다음 이환 감독 작품을 어떤 형태로 가져올지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합니다(출처:NEWS WA).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박화영이나 어른들은 몰라요를 먼저 보시면, 이 감독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이번에 놓쳤는지가 훨씬 선명하게 보일 겁니다.


참고: https://cityonfire.com/project-y-review-lee-hwan-han-so-hee-jun-jong-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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