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거의 기대 없이 골랐습니다. 제목만 보고 히트맨 시리즈 연장선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끝까지 보고 나니, 처음 예상과는 꽤 달랐습니다. 권상우가 감정 중심의 코미디에서 이 정도 호흡을 만들어낼 줄은 몰랐다는 게 솔직한 고백입니다.
첫사랑: 뻔한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는 일반적으로 설정 자체보다 배우의 케미로 완성된다고들 합니다. 그 말이 맞는 경우도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설정이 너무 무리하게 짜여 있으면 배우가 아무리 잘해도 몰입이 깨지거든요.
하트맨 초반이 딱 그랬습니다. 오랫동안 헤어졌던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중년 남자, 그 사이에 존재하는 딸, 그 딸을 숨겨야 하는 상황. 구성만 나열해 보면 이미 어딘가에서 본 것들입니다. 시작하자마자 "아, 이런 거구나" 하고 머릿속에서 결말을 그려버렸을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딸의 존재를 계속 숨기면서 거짓말을 이어간다는 구조가 초반에는 조금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현실에서라면 저라면 그냥 처음부터 말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실제로 권상우 본인도 인터뷰에서 "저라면 승민이가 비밀로 했던 부분을 다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말이 꽤 공감됐습니다.
그렇지만 초반의 어색함이 어느 순간 슬쩍 넘어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승민이 상황에 몰릴수록 허둥대는 모습이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조용히 쌓이면서, 피식 웃음이 나오는 순간들이 생긴 겁니다(출처:YTN). 코미디라는 장르가 "배우 간의 리액션과 타이밍이 전부"라는 말처럼, 이 영화는 중반부터 그 타이밍을 꽤 잘 잡아갑니다.

소영: 이 캐릭터가 하트맨을 살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역 캐릭터가 영화 후반을 끌어간다는 건 꽤 위험한 구조입니다. 잘못하면 억지 감동이 되거나, 아이 캐릭터가 너무 영리하게 굴어서 오히려 어색해지거든요. 저도 그 부분이 걱정됐습니다.
그런데 김서헌이 연기하는 소영은 그 우려를 거의 다 비껴갔습니다. 요즘 아역배우들은 연기를 잘해도 나이에 맞지 않게 영리한 인상을 줄 때가 있는데, 소영은 딱 그 나이대의 아이처럼 반응하고 움직입니다. 그게 정말 자연스러웠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아이가 "연기하는 아이"가 아니라 그냥 그 상황에 있는 아이처럼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설정이라면 아이가 상처받고 눈물 흘리는 쪽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그런데 하트맨에서 소영은 오히려 아빠를 도우면서 상황을 같이 꾸려나갑니다. 이 방향이 예상보다 훨씬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후반부는 눈물을 억지로 짜내는 대신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었거든요.
관객 웃음의 8할이 소영 덕분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실제로 제가 가장 많이 웃었던 장면들도 소영이 개입된 순간들이었습니다. 문채원이 연기하는 보나와의 코드도 나쁘지 않았지만, 솔직히 소영이 등장하는 순간마다 영화 전체의 온도가 달라졌습니다(출처:맥스무비).
웃음코드: 맞으면 괜찮고, 안 맞으면 유치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웃음코드가 모든 관객에게 통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모든 장면에서 웃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초반부 톤을 잡아가는 과정에서는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넘어가는 윤리적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딸의 존재를 숨긴다는 게 사실 꽤 무거운 문제인데, 영화는 그걸 코미디 장치로 소비하고 지나갑니다. 또 보나가 왜 노키즈를 선언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얕아서, 그 인물의 선택이 조금 가볍게 읽히기도 했습니다. 깊이 파고드는 영화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다만 히트맨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만화적이고 과장된 코미디와 비교하면, 하트맨은 확실히 결이 다릅니다. 상황 중심으로 웃음을 쌓는 방식이라 더 차분하고, 그만큼 더 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최원섭 감독이 코미디 장르만 고집하는 감독이라는 게 이번 영화에서도 느껴집니다. 히트맨의 에너지를 절반쯤 덜어내고 멜로의 감각을 더 채워 넣은 느낌이랄까요(출처:연합뉴스).
권상우 본인이 이 작품을 "코미디이기도 하지만 멜로물"로 본다고 했는데, 실제로 보고 나니 그 말이 이해됐습니다. 웃음보다 감정의 흐름이 먼저인 장면들이 중반 이후에 꽤 있습니다. 그게 코미디로만 접근한 관객에게는 기대 밖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멜로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반가울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크게 기대하고 보면 아쉬울 수 있고, 가볍게 보면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입니다. 저는 후자였습니다. 장르가 줄 수 있는 범위를 정확히 가져가는 영화라는 점에서, 새롭지는 않지만 불쾌하지도 않습니다. 영화관에서 편하게 웃고 나오고 싶은 날이라면, 하트맨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줍니다.
참고: https://www.sr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94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