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홍콩 필마트 2026 AI: 실무, 산업, 논쟁

by honeyball 2026. 3. 24.

홍콩 필마트 행사 내부

솔직히 이번 홍콩 필마트에서 AI가 이 정도로 전면에 나올 줄은 예상 못 했습니다. 저도 매년 아시아 콘텐츠 마켓 동향을 따라가는 편인데, 올해는 정말 다르더군요. 28개의 AI 관련 세션이 잡혀 있고, 아예 AI Hub가 별도로 운영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이제 정말 산업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구나" 싶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여전히 노조와 스튜디오가 AI 사용 범위를 두고 줄다리기 중인데,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이미 AI를 기본 전제로 깔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 느낌입니다. 필마트 주최 측도 공식적으로 "AI는 이제 영화 제작의 필수 요소"라고 못 박았고, 구글, 알리바바, 미드저니 같은 기술 기업들이 스튜디오 경영진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습니다.

실무 현장에서 AI는 이미 필수 도구가 됐습니다

제가 이번 필마트 프로그램을 살펴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 영화 산업이 AI를 "쓸까 말까" 고민하는 단계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겁니다. 28개 세션 중 대부분이 AI 각본 작성, 제작 워크플로우 최적화,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프리비주얼 구성 같은 실무 주제를 다룹니다. 특히 중국의 주요 AI 스타트업인 Kling AI, Minimax, ShengShu AI 같은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서 자사 기술을 시연하고, 실제 제작 사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세션을 꾸렸습니다. Kling AI의 경우 2024년 6월 출시 이후 2025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6천만 창작자를 확보했고, 6억 개가 넘는 영상을 생성했다고 합니다. 중국 고증 드라마 제작에서 실제로 영토 지도 애니메이션이나 폭풍 장면 프리비주얼 작업에 Kling을 활용했는데, 기존에 두 달 걸리던 작업을 2주로 단축했다는 사례도 공개됐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AI가 정말 도움이 되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럼 그 시간을 담당하던 아티스트들은 어떻게 됐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필마트가 단순히 AI 기술 자랑만 하는 자리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홍콩 정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홍콩이 여전히 동서양과 중국 시장을 잇는 문화·기술 허브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려 합니다. AI Academy와 AI Hub를 새롭게 출범시키고,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프로그램까지 연계한 건 단순히 기술 트렌드를 쫓는 게 아니라, 홍콩이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으로 계속 남겠다는 전략적 의도로 보입니다. 제 생각엔 이게 오히려 더 중요한 맥락입니다. AI는 여기서 기술 자체보다 홍콩의 산업적 위상을 과시하는 수단처럼 쓰이고 있거든요.

산업은 빨라졌지만 창작 노동의 가치는 어디로 갔을까

이 지점에서 저는 좀 불편해집니다. 필마트가 내세우는 "AI로 창의성을 발산하자(unleashing creativities)"는 표현이나 "산업 맞춤형 AI 응용(industry-tailored applications)"이라는 말은 결국 생산성, 효율, 확장성을 중심으로 한 언어입니다. 물론 제작비 압박이 심한 아시아 콘텐츠 산업에서 AI가 실질적인 생존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중소 스튜디오나 애니메이션 제작사 입장에서 보면, 일정 단축이나 비용 절감은 정말 절실한 문제니까요. 실제로 제가 아는 몇몇 애니메이터들도 "AI 없이는 이제 납기를 못 맞춘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영화라는 건 결국 사람의 시간, 시행착오, 우연, 심지어 비효율 속에서 나오는 예술이기도 합니다. 모든 걸 낭만적으로만 볼 순 없지만, 산업이 AI를 너무 실용의 언어로만 받아들이면 창작의 질이 아니라 창작의 속도가 기준이 될 위험이 큽니다. 그리고 그 순간 창작 노동의 가치는 점점 약화됩니다. 필마트 세션 중 저작권 침해 리스크를 다루는 토크가 딱 하나 있다는 것도 상징적입니다. AI 기술 시연과 활용 사례는 27개인데, 정작 AI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다루는 자리는 단 한 개뿐이라는 건, 이 시장이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AI 발전 속도와 노동 문제에 대한 논쟁

박찬욱 감독의 최신작 '노 아더 초이스'가 AI가 초래할 수 있는 비인간적인 미래를 경고했다는 이야기도 기사에 나옵니다. 하지만 아시아 영화 산업은 할리우드와 달리 노조가 약하거나 아예 없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니 시장 논리와 AI 열풍이 노동자 보호나 창작 윤리 같은 담론보다 훨씬 빠르게 현장을 점령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건 바로 이 속도 차이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들어오는데, 그걸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뒤처지는 상황이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필마트 같은 자리에서 중요한 건 "AI를 얼마나 많이 썼는가"가 아니라 "누가, 어떤 조건으로, 어떤 책임 아래 쓰는가"입니다. AI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산업이 AI를 전면 도입하는 순간, 그 기술이 누구의 일을 대체하고, 누구의 데이터로 훈련됐으며, 창작의 책임은 누가 지는지에 대한 질문이 함께 따라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필마트의 분위기는 그런 질문보다 "얼마나 빨라졌는가"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홍콩 필마트 2026은 아시아 영화 산업이 이미 AI를 기본 전제로 받아들였다는 걸 확인시켜준 자리였습니다. 이제 영화 산업은 AI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넘어서, 어떻게 실무에 적용할 것인가를 논하는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창작 노동의 가치나 윤리적 질문이 뒤로 밀리지 않도록, 업계와 정책 당국 모두 좀 더 균형 잡힌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AI는 분명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 도구를 누가, 어떻게 쥐느냐에 따라 산업의 미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hollywoodreporter.com/business/business-news/hong-kong-filmart-2026-ai-dominates-1236534390/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