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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A.I. Rising: 워게임, 논쟁, 책임

by honeyball 2026. 3. 21.

Intelligence Rising 영화 포스터

《Intelligence Rising》이라는 이 작품은 2026년 3월 15일 코펜하겐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CPH:DOX)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는데, AI를 단순히 생산성 도구나 창작 보조 수단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전쟁과 국가 안보의 맥락에 직접 올려놓았습니다. 전직 영국군 총사령관 Patrick Sanders,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 Lucy Lim, 역사학자 Yuval Noah Harari 같은 인물들이 실제 워게임 형식으로 AI의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모습을 담았다고 합니다.

AI를 워게임에 올려놓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지점은 형식 자체입니다. 워게임이라는 게 원래 군사 전략가들이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잖아요. 이 다큐는 AI 전문가, 경제학자, 철학자, 군 지휘관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실제로 워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감독인 Elena Andreicheva는 오스카 수상 경력이 있는 사람인데, 원래 이 프로젝트는 그녀가 직접 기획한 게 아니라 대학 시절 실험실 파트너였던 Marc Warner라는 AI 기업가가 먼저 제안했다고 합니다. Warner는 Faculty AI라는 회사의 CEO인데, 아들이 태어난 뒤 본격적으로 AI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건 워게임으로 풀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처음엔 이게 좀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워게임이라는 형식이 과연 다큐멘터리로 잘 담길까 싶었거든요. 보통 워게임은 지도, 브리핑, 회의실 같은 장면으로 채워지기 쉽고, 자칫하면 화면이 굉장히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보면 이 형식이야말로 AI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기에 적합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워게임은 결국 '가정'과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진행되잖아요. 누가 어떤 전제를 깔고 어떤 두려움을 시뮬레이션하는가가 전부입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어떤 데이터를 넣고,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어떤 권한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니까요. 그러니까 이 다큐가 진짜 의미를 가지려면 "AI가 뭘 할 수 있나"보다 "사람들이 AI를 어떻게 상상하고 두려워하며 통제하려 하는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다큐 안에는 Warner의 어린 아들 Tommy가 등장하는 장면도 있다고 합니다. 감독은 이 아이를 통해 AI가 학습하는 방식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하더군요. 아이도 처음엔 부모가 가르친 대로만 행동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까지만 통제 가능하고, 그 이후는 예측 불가능합니다. 이 비유가 실제 영화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AI는 블랙박스니까 이해할 필요 없다"는 태도에 반대하는 감독의 입장은 분명해 보입니다.

도구인가, 행위자인가? 끝나지 않는 논쟁

영화 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논쟁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AI는 도구인가, 아니면 행위자인가"라는 질문입니다. Yuval Noah Harari는 영화 안에서 AI를 도구가 아니라 일종의 '행위자', 심지어 '외계 행위자'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 말이 처음엔 좀 과장처럼 들릴 수 있는데, 사실 굉장히 중요한 지적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AI를 그냥 도구로 보면 모든 책임은 사용자에게만 돌아가거든요. 반대로 AI를 독립적 행위자처럼 취급하면 인간은 책임에서 슬쩍 비켜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식으로요. 제 경험상 이런 책임 전가는 이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용 시스템에서 알고리즘이 특정 집단을 배제했을 때, 기업은 "우리가 의도한 게 아니라 AI가 학습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금융 대출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군사 영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자율무기가 오판해서 민간인을 공격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지나요? 개발자인가, 배치를 결정한 지휘관인가, 아니면 알고리즘 자체인가? 이 질문에 답이 없으면 전쟁의 윤리적 기반 자체가 무너집니다. 감독 Andreicheva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많은 정부가 그냥 AI의 플러그를 뽑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AI를 정말 유용하게 쓰려면 인터넷에 연결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주고, 많은 권한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게 됩니다.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존재가 되는 거죠. 그렇다고 AI를 작은 상자 안에 가둬두면 쓸모가 없어집니다. 결국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통제 가능한 무능력한 AI를 원하는가, 아니면 유능하지만 통제 불가능한 AI를 감수할 것인가.

불거지는 책임 구조

영화 속 워게임에서는 중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팀들이 인공일반지능(AGI) 개발 경쟁 시나리오를 다룬다고 합니다. AGI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넘어서는 AI를 의미하는데, 만약 한 국가가 먼저 AGI를 확보하면 나머지 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선제공격을 할까요, 아니면 협력을 시도할까요? 이런 질문들이 실제로 워게임 안에서 다뤄졌다고 하는데, 저는 이게 영화의 가장 긴장감 있는 부분이 될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건 단순한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까요. 영화를 만들면서 감독 본인도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그냥 촬영하고 편집하는 데 집중했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1년 반쯤 지나서 AI에 관한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금속 촉수가 나오는 꿈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AI를 다시 병 속에 넣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건 분명히 우리 세상을 변화시킬 텐데, 어느 방향으로 변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이미 AI는 너무 깊이 들어와 있고, 되돌릴 수 있는 시점은 지났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변화의 방향을 조금이라도 더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이 다큐에 기대하는 건 명확한 답이 아닙니다. 오히려 질문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하지 않고 로봇이 모든 걸 하는 세상을 원하는가?" 같은 질문 말이죠. 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미래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란다고요. 그게 바로 이런 다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저는 봅니다. 기술의 성능을 자랑하거나 두려움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 말입니다.《Intelligence Rising》이 CPH:DOX에서 처음 공개된 후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합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잘 만들어진 다큐로 그칠지, 아니면 실제로 정책 결정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모릅니다. 감독도 이 작품이 "권력의 복도"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닿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AI에 관한 논의가 지금처럼 기술 커뮤니티나 학계 안에서만 맴도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진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느냐가 결국 우리 미래를 결정할 테니까요.


참고: https://www.hollywoodreporter.com/movies/movie-news/intelligence-rising-doc-film-ai-war-games-interview-cphdox-123652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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