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편이 나왔다는 소식에 기대보다 당혹감이 먼저 들었다면, 그 감정이 틀린 게 아닙니다. 저도 처음 시즌2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시즌1의 결말이 강렬하게 닫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여운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먼저 걱정됐습니다. 새 시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글이 그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앤솔로지 방식, 왜 이 선택을 했을까
BEEF 시즌1이 스티븐 연과 알리 웡의 케미 하나로 버텼다는 말, 맞는 말입니다. 두 사람의 분노와 감정선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시즌2에서 같은 캐릭터를 억지로 이어간다면 오히려 그 완성도를 깎아먹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제작진이 앤솔로지 방식을 택한 건 그런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결정입니다.비슷한 사례를 떠올려봐도 그렇습니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처럼 시즌마다 다른 이야기로 가는 구조는, 한 번의 강한 인상을 발판으로 새로운 시도를 반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BEEF도 그 궤도를 따라간 셈입니다. 시즌2는 같은 제목 아래 전혀 다른 인물들, 전혀 다른 갈등 구조를 들고 왔습니다. 오스카 아이작과 케어리 멀리건이 연기하는 중년 부부 Josh와 Lindsay, 그리고 찰스 멜튼과 케일리 스패니가 연기하는 청년 커플 Austin과 Ashley. 두 커플이 충돌하는 구조는 시즌1의 '개인 대 개인' 구도를 확장한 것처럼 보였습니다.제 경험상 이런 앤솔로지 전환은 처음에 꼭 어색합니다. 처음 보는 드라마를 새로 시작하는 것 같은 낯섦이 있거든요. 저도 "아, 이건 그냥 다른 드라마구나"라고 마음을 다시 잡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이전 시즌과의 비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집니다. 리 성진 감독은 인물을 비루하게도, 그렇다고 완전히 밉게도 만들지 않는 감각이 있습니다. Josh가 상사에게 굽실거리는 장면과 Lindsay가 "식민지풍"이라는 평가를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불편한 그 특유의 온도를 잘 살립니다. 그 감각 하나는 시즌1에서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이 점이 시즌2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이유
문제는 BEEF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는 것입니다. 시즌1이 만들어놓은 기준점이 워낙 높다 보니, 아무리 독립적인 이야기를 꺼내도 자꾸 그 그늘 아래서 평가받게 됩니다. 저도 보는 내내 "시즌1이었으면 이 장면이 어떻게 달랐을까"를 계속 떠올렸습니다. 이건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시즌2가 특히 힘든 지점은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두 커플의 갈등만으로도 이야기를 꾸리기 충분한데, 여기에 남한 국적의 억만장자 박 회장(윤여정)과 그녀의 남편 Dr. 김(송강호)까지 가세합니다(출처:조선데일리).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배경처럼 깔려 있다가, 후반부에 갑자기 중심으로 튀어나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서울에서 펼쳐지는 피날레 장면은 연출 자체는 긴장감이 있었지만, 앞서 쌓아온 이야기와 이어지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았습니다. 찰스 멜튼은 메이 디셈버에서 보여준 연기의 연장선에서 또 한 번 자기 감정을 모르는 청년을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케어리 멀리건도 냉기를 두른 Lindsay를 능숙하게 소화합니다. 배우들의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좋은 배우들이 모여도 이야기의 중심이 흔들리면 힘이 분산됩니다. 시즌2가 딱 그런 경우입니다. 그래서 BEEF 시즌2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저는 시즌1과 완전히 단절해서 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라고 봅니다. BEEF라는 이름 대신 전혀 다른 제목이 붙었다고 상상하면서 틀어놓으면, 오히려 인물들 사이의 감정 균열이나 계층 구조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세대 갈등이라는 소재, 얼마나 파고들었나
BEEF 시즌2가 가장 설득력 있게 잡아낸 건 세대 간의 긴장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인 Josh와 Lindsay는 한때 음악과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살던 삶을 접고, 몬테시토의 비치 클럽을 운영하는 자리에 안착해 있습니다(출처:FRANCE24). 꿈을 접은 자리에 아늑함을 채워 넣은 중년의 모습입니다. 반면 Z세대인 Austin과 Ashley는 클럽의 하급 직원으로, 건강보험 하나 해결하기 위해 고용주를 협박하는 선택을 합니다. Ashley의 난소 낭종 수술비를 보험으로 해결하려는 동기는 꽤 현실적입니다. 이 두 세대가 모두 베이비 붐 세대의 넉넉한 은퇴자들을 위한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서로를 견제하는 구도는, 제가 처음 봤을 때 "이게 진짜 지금 이야기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와닿았습니다. 산타바바라 인근은 이미 고급 은퇴 커뮤니티화가 진행된 지역이고, 실제로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더 저렴한 Ojai나 Oxnard에서 출퇴근합니다. 이 공간적 현실이 이야기 배경에 꼼꼼히 녹아 있다는 점은 분명히 칭찬할 만합니다. 다만 이 소재를 충분히 파고들지 못한 채 기업 스릴러 쪽으로 방향이 틀어집니다. 세대 갈등이라는 좋은 씨앗을 뿌려놓고, 그 싹이 자라기도 전에 다른 밭을 갈기 시작한 느낌입니다. 제 경험상 드라마가 이렇게 중심을 잃으면, 나중에 아무리 긴장감 있는 장면이 나와도 그게 내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시즌2 후반부가 딱 그랬습니다. 시즌2가 성공하느냐의 기준은 결국 이전 시즌의 여운을 얼마나 잊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에서 보면 아쉬운 시즌이 맞습니다. 하지만 캐릭터와 세대 이야기에 집중해서 보다 보면, 이 시즌만의 색이 조금씩 보이는 순간이 옵니다.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보는 것, 그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시청 방법입니다.
참고: https://variety.com/2026/tv/reviews/beef-season-2-review-netflix-1236722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