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3 베니스에서의 죽음 (이미지, 집착, 자기파괴) 자기 파괴적인 강렬한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이렇게 잘 보여주는 영화가 있을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딘가 둔하고 무거운 공기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았는데, 그럼에도 화면을 끊지 못했습니다. 루키노 비스콘티의 1971년작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가 어떻게 사람을 붙잡아두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이미지로 내면을 대신한다는 것토마스 만의 원작 소설은 인물의 내면을 언어로 집요하게 해부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비스콘티는 그 내면을 거의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사는 드물고, 주인공 구스타프 아셴바흐는 대부분의 시간을 바라보는 것으로 보냅니다. 원작에서 작가였던 아셴바흐를 비스콘티는 작곡가로 바꿉니다. 이건 단순한 설정 변경이 아닙니다. 감정을 언어 대신 .. 2026. 4. 22. 올란도 리뷰 (틸다 스윈튼, 정체성, 살리 포터)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멈추고 싶은데 화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계속 보게 되는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도 올란도를 처음 켰을 때 딱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겠는데, 끄기는 싫은 이상한 상태가 두 시간 내내 이어졌습니다. 결말까지 다 보고 나서야 "아, 이게 그런 영화구나"를 겨우 받아들였습니다. 1992년 살리 포터 감독이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소설을 옮긴 이 작품은, 3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개봉될 만큼 묵직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습니다.올란도와 틸다 스윈튼이라는 존재올란도가 다른 영화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는, 캐스팅 자체가 이미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시간을 넘나들며 남성과 여성 사이를 오가는 주인공 올란도를 틸다 스윈튼이 연.. 2026. 4. 21. 센티멘탈 밸류 (가족 서사, 예술성, 가치) 뻔한 가족 갈등 이야기가 왜 전 세계를 울렸을까요? 아카데미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센티멘탈 밸류'는 줄거리만 놓고 보면 사실 새로운게 없습니다. 소원했던 아버지와 딸이 만나 과거를 마주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 저도 처음엔 '또 가족 드라마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전작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굉장히 인상깊게 봤던 터라, 이번에도 뭔가 다를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역시나 감독 특유의 섬세한 캐릭터 묘사와 발랄함이 느껴지더군요. 설정은 익숙해도 결국 영화는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전부라는 걸, 저는 그의 전작을 통해 이미 경험했습니다.익숙한 가족 서사가 특별해지는 순간센티멘탈 밸류의 기본 뼈대는 정말 단순합니다. 명망 높은 영화감독 구스타프는 오.. 2026. 2.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