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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Phenomena (시각화, 몰입, 가능성) 솔직히 저는 과학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거대한 제작비와 CG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호주 감독 Josef Gatti의 Phenomena는 정반대였습니다. 자기 작업실 창고에서 간단한 실험을 하고, 그걸 카메라로 초근접 촬영한 게 전부라니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제가 가장 놀란 건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 왜 이렇게 신기하게 느껴지지?"였습니다. 빛, 물질, 에너지, 엔트로피 같은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개념들이 이렇게까지 매혹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게 의외였거든요.이미 아는 걸 다시 보여주는 시각화이 영화의 핵심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전달하는 게 아닙니다. 감독 본인도 처음부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걸 다시 보여주는 것"이라고 인정합니다. 그럼 뭐가 다를까요?.. 2026. 3. 22.
AI 아바타 진행자 (자동화, 전략, 논란) Peacock는 'Your Bravoverse'라는 이름으로, AI Andy Cohen이 Bravo 프로그램의 복잡한 스토리라인과 뒷이야기를 개인화된 세로형 피드로 안내하는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트리밍 플랫폼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이번 발표를 보면서 느낀 건, 이제 플랫폼들이 콘텐츠뿐 아니라 팬덤의 반응 방식 자체를 설계하려 한다는 점이었습니다.팬덤 자동화, 수다를 플랫폼이 가져가는 방식Peacock가 Andy Cohen을 선택한 건 영리한 결정입니다. 그는 단순한 진행자가 아니라 Bravo 세계관 전체를 메타적으로 해설하는 존재니까요. Watch What Happens Live에서 그가 하는 역할을 떠올려보면, 그는 팬들이 궁금해하는 뒷이야기를 풀어주고, 출연.. 2026. 3. 22.
다큐 A.I. Rising: 워게임, 논쟁, 책임 《Intelligence Rising》이라는 이 작품은 2026년 3월 15일 코펜하겐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CPH:DOX)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는데, AI를 단순히 생산성 도구나 창작 보조 수단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전쟁과 국가 안보의 맥락에 직접 올려놓았습니다. 전직 영국군 총사령관 Patrick Sanders,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 Lucy Lim, 역사학자 Yuval Noah Harari 같은 인물들이 실제 워게임 형식으로 AI의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모습을 담았다고 합니다.AI를 워게임에 올려놓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지점은 형식 자체입니다. 워게임이라는 게 원래 군사 전략가들이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잖아요. 이 다큐는.. 2026. 3. 21.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타일, 오컬트, 속편) 솔직히 저는 처음에 제목만 보고 '이게 뭐야?' 싶었습니다. 케이팝과 데몬 헌터라니, 조합 자체가 너무 낯설었거든요. 주변에서 보라는 말이 많아서 별 기대 없이 틀어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더군요. 41개국 1위를 찍었다는 소식을 나중에 들었을 때도 '아, 그럴 만하네' 싶었습니다. 이 작품은 이야기보다 스타일로 승부를 본 케이스였고, 그 전략이 정확히 먹혔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스타일이 모든 약점을 밀어붙인 작품제가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건, 스토리 자체는 정말 익숙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적대하는 두 세계, 금지된 감정, 팀 내부의 균열과 화해, 숨겨진 정체성까지 전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재료들이죠. 심하게 말하면 AI가 조합해도 나올 법한 전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그런데도 사람들이 재밌.. 2026. 3. 21.
폴 토마스 앤더슨 신작 (각색, 윌라, 정치) 폴 토마스 앤더슨의 신작을 보고 나오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감독이 이렇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질 줄은 몰랐다"는 거였습니다. 원작 소설 바인랜드를 읽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토마스 핀천의 소설은 읽히지 않기로 악명 높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폴 토마스 앤더슨은 이 복잡한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시대 배경을 과감하게 바꿨습니다. 소설 속 1960년대와 1980년대의 대비를 지우고, 대신 16년 전 과거와 지금 현재를 나란히 놓았죠. 저는 이 각색 방식이 영화의 정치적 메시지를 훨씬 날카롭게 만들었다고 봅니다.시대를 지운 각색, 남은 건 반복되는 실패원작 소설 바인랜드는 1984년을 현재로 삼아 1960년대를 회상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핀천은 히피 무브먼트와 반전 운동으로 들끓던 60년대와, 레이건.. 2026. 3. 20.
프로젝트 헤일메리 (작가, 퍼펫, 캐릭터) 원작자 Andy Weir는 자신이 글을 쓸 때 장면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상상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등장인물도, 배경도 그저 '덩어리(blob)' 같은 형태로만 존재한다는 겁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좀 놀랐습니다. 작가라면 당연히 머릿속에서 모든 장면을 영화처럼 그려낼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영화 제작진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며 "아, 이게 정답이구나" 하고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신선했습니다.작가의 상상은 생각보다 추상적이다Andy Weir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시각적 상상력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소설가가 모든 장면을 정교하게 그려낼 거라 기대하지만, 그는 캐릭터나 공간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대신 그가 집중하.. 2026.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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