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30 리 크로닌의 미이라 (기대, 캐릭터, 고어) '미라' 영화가 실제로는 귀신 들린 딸을 집에 숨겨두는 이야기라면, 그게 과연 미라 영화라고 불릴 수 있을까요. 제가 이 영화를 보러 가면서 가장 크게 틀린 게 바로 그 예상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고대 유적, 저주받은 탐험대 같은 걸 머릿속에 그렸는데, 실제로 스크린에 펼쳐진 건 집 한 채 안에서 무너지는 가족의 이야기였습니다. 기대 오차: 리 크로닌의 미이라 제목의 함정리 크로닌은 이미 이블 데드 라이즈로 자기 이름을 공포 장르에 확실히 새긴 감독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작품을 접근했다면 아마 당황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품 제목이 '더 미라'고, 마케팅이 이집트 배경을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저처럼 잘못된 기대를 가지고 들어간 분들이 꽤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출처:연합뉴스). 영화의 .. 2026. 4. 25. 영화 램 리뷰 (아이슬란드, 분위기, 결말)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스스로 기대치를 꽤 높게 올려놨습니다. A24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 아이슬란드 배경, 그리고 양을 키우는 부부 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 유튜브에서 제목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부터 자세한 내용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고 찜해뒀던 작품이었거든요. 그 기대가 어떻게 됐냐고요?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슬란드의 고요함 속으로, 그 배경이 주는 것들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감탄한 건 배경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 시골 농장,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 위로 눌린 듯한 회색빛 하늘. 화면이 바뀔 때마다 마치 그 공간 안에 함께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본 것 중에 이 정도로 공간감이 살아있는 영화가 많지 않았는데, 영상 하나만큼은 정말 잘 만들었다고.. 2026. 4. 24. 비발디와 나 (공간, 세실리아, 영화음악) '비발디'라는 이름을 영화 제목 옆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생애와 음악 세계를 다룬 전기 영화를 떠올리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시작되면 카메라는 비발디가 아니라 고아원의 한 소녀를 따라갑니다. 프리마베라는 작곡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음악을 삶의 언어로 삼은 한 인물이 자기 자신을 인식해 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소리만 있는 공간,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18세기 베네치아,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는 고아들을 수용하고 음악을 가르치던 기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설정은, 이곳 소녀들이 관객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무대 뒤에서 연주만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소리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사람은 지워지는 구조, 저는 이 장면이 영화 전체의 분.. 2026. 4. 23. 넷플릭스 180 리뷰 (복수극, 감정선, 결말) 넷플릭스에서 복수극이라고 하면 이미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잖아요. 아들이 다치고, 아버지가 분노하고, 총이 나오고, 결말이 오는 그 흐름. 그런데 180은 보는 내내 뭔가 애매한 감정이 계속 남는 영화였습니다. 나쁘지 않은데 좋다고 하기도 애매한, 그런 영화.넷플릭스 180 복수극 설정영화는 주인공 Zak이 길에서 갱단과 시비가 붙고, 그 과정에서 아들이 총에 맞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94분짜리 영화치고 도입부는 꽤 빠르게 치고 들어옵니다. 저는 초반 20분 정도는 나름 몰입해서 봤습니다. 아버지가 무너지는 장면, 죄책감과 분노가 뒤섞이는 표정, 그게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 중심에 있는 건 배우 Prince Grootboom입니다. 직접 보니 이 배우가 영화를 거의 혼자 끌고 간다는 말이 과장.. 2026. 4. 23. 1984 최동원 다큐 (팩트, 야구 다큐, 여운) 1984년 한국시리즈 열흘, 단 한 명의 투수가 4승을 거뒀습니다. 그 이름이 최동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야구 좀 아는 사람'의 시선으로 본 게 아닙니다. 순위랑 승패 정도만 챙기는 수준이라 처음엔 이 영화가 저한테 얼마나 닿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1984년 열흘에만 집중한 이유, 팩트로 보면다큐멘터리가 인물의 전체 일대기를 다루는 방식은 꽤 흔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공식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최동원의 유년기도, 데뷔도, 은퇴도 없습니다. 오직 1984년 한국시리즈 그 열흘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처음엔 좀 의아했는데, 보다 보니 오히려 이 선택이 영화를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출처:씨네21). 감독이 밝힌 이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만약 최동원이 살아 있었다면, "당.. 2026. 4. 22. 베니스에서의 죽음 (이미지, 집착, 자기파괴) 자기 파괴적인 강렬한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이렇게 잘 보여주는 영화가 있을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딘가 둔하고 무거운 공기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았는데, 그럼에도 화면을 끊지 못했습니다. 루키노 비스콘티의 1971년작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가 어떻게 사람을 붙잡아두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이미지로 내면을 대신한다는 것토마스 만의 원작 소설은 인물의 내면을 언어로 집요하게 해부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비스콘티는 그 내면을 거의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사는 드물고, 주인공 구스타프 아셴바흐는 대부분의 시간을 바라보는 것으로 보냅니다. 원작에서 작가였던 아셴바흐를 비스콘티는 작곡가로 바꿉니다. 이건 단순한 설정 변경이 아닙니다. 감정을 언어 대신 .. 2026. 4. 22. 이전 1 2 3 4 ··· 22 다음